“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어린이 주일학교 교사가 되었습니다. 여름성경학교 기간에 기타 반주가 필요하다고 해서 알고 있는 기본 코드 몇 개로 찬양인도를 했습니다. 기타 칠 줄 모른다고 했지만 전도사님과 선생님들이 기타 소리만 내면 된다고 해서 등 떠밀려 인도를 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어설픈 반주로 꽤 오래 찬양인도를 했습니다.
토론토로 유학 오기 전에는 2년 정도 시골교회를 다녔습니다. 예배당 옥상에 올라가면 북한 마을이 보이고 북한 방송이 들리는 휴전선에 위치한 교회입니다.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지도하고 있었는데, 성탄절이 가까워지자 목사님께서 성가대를 조직해서 지휘도 해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겨우 악보만 보는 정도인데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라 교회를 떠날 때까지 지휘도 했습니다.
결혼해서 9년 가까이 장모님과 함께 살았습니다. 어느 날 장모님이 아내에게 “곽 서방은 저렇게 말을 안하는데 어떻게 목사가 되려나” 염려하셨다고 합니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줄 알고 살다가 목사가 되어 말로 먹고 살고 있습니다^^;
가정교회를 시작할 때 새벽에 3시간은 기도해야 한다고 해서 아침 잠도 많은데 새벽기도를 시작했고, 글 쓰는 것을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데 매주 주보에 칼럼을 올려서 목회자의 생각을 교우들에게 나누는 것이 좋다고 해서 그렇게 15년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런 일들을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무식하니 참 용감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윗은 전쟁터에 있는 형들을 면회 갔다가 어떨 결에 당대 최고의 전사인 골리앗 앞에 나섰습니다. 소년이 장군을 이기겠다고 나서고, 작은 돌로 칼을 이겨 보려는 참 무식한 행동이었습니다. 물론 오랜 시간 광야에서 양을 치며 익힌 물맷돌 던지는 실력은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식한 행동입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쌓인 작은 경험 위에 하나님의 이름이 더해지니 승리를 맛 볼 수 있었습니다. 승리의 경험은 생각이나 은사 보다는 부딪쳐 보고 순종하는 소소한 삶의 현장에서 쌓여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