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995년 ‘코스타’라는 유학생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처음 방문했습니다. 자동차로 국경을 넘어가는데 얼마나 긴장 했는지 모릅니다. 혹시라도 입국 거절을 당하면 어떡하나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마음 속에 미국 사람은 갑이고 나는 을인 것 같은 열등감에 주눅이 들어서 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오랜 시간을 심한 열등감에 시달려왔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사랑도 많이 받고,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고 자랐는데도 열등감이 많습니다.
어머니께서 장애가 있으시고,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셔서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겪고, 초등학교 때 별명이 “돼지”였을 정도로 외모도 볼품이 없었고, 공부도 못했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 열등감이 생겼을 것으로 짐작 합니다.
제가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목사가 된 후에도 한동안 열등감에 시달렸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예전에는 열등감이 저를 지배했는데, 목사가 된 후에는 문득 문득 열등하다고 느낄 때 그것은 사실이 아닌 느낌(감)이니까 손님 대하듯 잘 느껴주면 때가 되면 떠난다는 것입니다.
열등감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목회에 도움이 되는 점도 있습니다. 저는 누군가를 만나면 본능적으로 저 보다 나은 사람처럼 느낍니다. 사도 바울이 다른 사람을 나보다 낫게 여기라고 했는데(빌립보서 2:3-4), 저의 열등감이 그것을 자연스럽게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런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건강한 열등감인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비교의식에 빠지지 않고 자신을 있는 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이 잘 안 될 때는 나의 열등감이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는 말씀을 실천하라고 주신 가시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