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정교회 목회를 시작하면서 말씀잔치(부흥회) “강사”가 되었습니다.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입니다.
좋은 설교자는 하나님의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저는 좀 이기적입니다. 정의로워야 하는데 불의를 보면 잘 참는 성격입니다. 말씀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하는데 저는 눈치는 좀 있는 편인데 지적인 이해력은 부족합니다. 말하는 것도 귀찮아 하고, 대화하는 목소리도 작아서 가족들이 많이 답답해 합니다. 말을 잘하고 싶은 부담 때문인지 오히려 말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원고 없이는 설교나 강의를 못합니다. 열정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순응형입니다. 새로운 일이나 모험적인 일 보다는 이미 정해진 일이나 누군가 시키는 일 하는 것이 편합니다.
“강사”라고 하기에는 매력적인 것이 없는데 초청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 교회 “이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집회에 가면 개척한 이야기, 실수한 이야기, 답답한 이야기, 가슴 아픈 이야기, 기적 같은 이야기, 영혼 구원 이야기, 변화의 이야기, 가족들 이야기, 하나님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들은 “이야기”에 감동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성경도 이야기 책입니다.
새해부터 가정교회 사역원에서 요청한 “강단 제공 사역”을 시작합니다. “강단 제공” 사역이란 교회 재정으로 집회를 개최할 수 없거나, 목사님 혼자 시무하셔서 주일을 비울 수 없는 교회를 섬기기 위한 사역입니다. 그래서 일반 집회는 저를 초청한 교회에서 저의 숙박비와 교통비 등을 제공하는데, “강단 제공” 사역으로 저를 초청한 집회는 이런 비용을 저희 교회가 부담합니다.
첫번째 “강단 제공” 사역을 위해 이번 주말에 미국으로 떠납니다. 진정한 섬김은 다른 사람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라 배웠습니다. 이번 집회를 통해 교회를 사랑하시는 주님의 필요도 채워드리고, 저를 초청한 교회의 필요도 잘 채울 수 있기를 바라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강단 제공” 사역은 올해는 요청이 들어오면 일년에 두번 정도 참여할 계획입니다. 또한 외부 집회 때문에 제가 주일예배를 비우는 일이 1 년에 5-6번 넘지 않으려고 합니다. 5번이라 함은 다른 교회를 섬기는 것을 일년 52주의 십일조 정도로 하면 좋다는 선배 목사님의 조언 때문이고, 6번이라 함은 거절할 수 없는 초청이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북미 가사원장이신 김인기 목사님께서 집회 요청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저에게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하셨습니다. 교회들이 항상 저를 초청하리라는 법이 없고, 우리 교회가 항상 칭찬 들으라는 법이 없고, 저도 항상 건강하리라는 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건강과 기회를 주셨을 때 주님과 가정교회를 위해 순종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