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기도 부탁 맙시다. (최영기 목사)

“기도해 주세요.” 라는 부탁을 들으면 당혹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얼마나 진정으로 부탁하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사는 분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에 집에서 재워주기라도 하면, 한국에 오게 되면 꼭 연락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에 가서 실제로 연락을 해보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만날 기회를 피합니다. 그때에 비로소 연락하라고 했던 것이 진심이 아니었고 인사말이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기도해 주십시오.”라고 말할 때에는 대부분이 습관적으로 말하는 것 같습니다. 부탁하는 사람도 기대가 없고, 듣는 사람들도 기도해 주어야한다는 부담이 없이 가볍게 주고받는 인사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간증을 끝내면서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 데, 이 말을 듣고 몇 명이나 기도해 주리라 기대하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만일 인사치례가 아니고 진정으로 기도해 주기를 기대하고 이런 말을 한다면 이것도 문제입니다. 기도는 일이고 사역입니다. 쉽게 부탁할 일이 아닙니다. 저는 치유 기도를 하고 나면 피곤을 느낍니다. 에너지가 방출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진지한 기도는 에너지 소모를 가져옵니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기도해줄 것을 기대한다면 좀 더 신중하게 부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누가 예고 없이 제 사무실에 와서 기도해 달라고 하면 거절합니다. 미리 약속을 하고 오든지, 예배 헌신 시간에 앞에 나와 기도를 받으라고 말합니다. 준비하지 않고 즉석에서 기도한다는 것이 마음에 찝찝하기 때문입니다. 기도 부탁하는 사람의 진지함을 점검하는 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어떤 분이 기도 부탁을 하면 진정으로 부탁하는지 않는지를 우선 생각합니다.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라고 판단이 되면 해준다, 안 해준다, 대답을 않고 넘깁니다. 그러나 진심으로 기도를 원하는 것 같으면 구체적으로 약속합니다. “제가 이번 한 주일 간 새벽에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특별기도 제목에 넣고 기도하겠습니다.”

심각한 기도 제목 같으면 정식으로 서면을 통해 요청하라고 합니다. 자세한 상황을 알아야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도해야할지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이 메일을 통하여 기도 부탁을 해오면 즉시 그 자리에서 한 번 짧게 기도를 해줍니다. 기도를 부탁하는 사람은 진지하게 부탁하고, 기도 부탁을 받은 사람은 진지하게 기도해 주는 관행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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