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철저

2026-05-03

전도사 시절에 간판 만들고 시공하는 일을 10년 정도 했었습니다. 그 때 배운 교훈이 “대강철저”입니다. 일을 하다 보면 대강 할 일이 있고 철저히 할 일이 있습니다. 대강해도 되는 일을 철저히 하다 보면 시간과 돈이 낭비됩니다. 반대로 철저히 할 일을 대강하다 보면 처음에는 시간과 돈이 절약되는 것 같은데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시간과 돈을 더 낭비하게 됩니다.

“대강철저”의 원리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다양하게 적용됩니다. 자녀를 양육할 때도, 살림을 할 때도, 직장생활과 인간관계에서도 대강해야 할 일과 철저하게 해야 할 일을 잘 구분하는 것입니다.

“대강철저”의 원리는 신앙생활에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라고 배웠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관계입니다. 신앙생활에 가장 중요한 관계는 소홀히 하고 다른 것을 열심히 한다면 우선순위를 바꾸는 결단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교회의 존재 목적은 영혼 구원하여 제자를 삼는 것입니다. 목적만 생각하면 교회가 나가야 할 방향이 단순한 것 같지만 실제 사역의 현장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급한 일이 중요한 일 보다 우선순위에 오르기가 쉽습니다.

우리의 시간과 자원이 무한하다면 굳이 “대강철저”를 고민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하고 싶은 만큼 하고, 신경 쓰고 싶은 만큼 신경 쓰고, 투자하고 싶은 만큼 투자하면 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입니다. 시간은 늘 부족하고, 에너지는 쉽게 소진되며, 자원은 언제나 제한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시간을 들이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고, 더 많은 일을 하면 더 충성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과 자원 속에서 모든 것을 다 잘하고 붙들려는 순간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강철저”는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라기 보다는 한계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지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제한된 에너지로 의미 있는 관계를 세워가는 “대강철저”의 원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삶을 지혜롭게 살아내는 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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