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능력

사람들은 해가 뜨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돈다는 것을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해가 뜬다고 표현합니다. 기도도 그런 것 같습니다.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하고 기도를 마칩니다. 좋은 대화는 주고받는 대화입니다. 하나님께 하고 싶은 말을 했다면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도 들어야 합니다.

주일연합예배 설교를 마치면 침묵 가운데 기도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성찬식 중에도 침묵 가운데 회개하며 감사하는 기도 시간을 가집니다. 새벽기도 시간에도 간혹 음악을 틀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침묵을 연습하기 위함입니다.

하나님은 ‘부드럽고 조용하게’ 말씀하시는 분입니다(열왕기상 19:12). 세미한 하나님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삶의 소리를 줄여야 합니다. 침묵 가운데 머물 때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습니다(시편 46:10). 예수님께서는 사역으로 분주했지만 습관적으로 한적한 곳에 가서 머무셨습니다(누가복음 11:29). 침묵의 능력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좋은 환경에 살면서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가 선택할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선택권이 없을 때는 작은 것에도 만족하고 감사했는데, 선택할 것이 많아지다 보니 선택을 두려워하고, 선택을 의심하고, 선택한 것을 후회하기 때문입니다.

분주한 일상 가운데 바른 선택을 하려면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는 침묵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람이 분주하면 바른 선택보다는 급한 선택을 합니다. 급하게 선택한 일은 또 다른 분주함을 낳습니다. 분주함은 지금 여기를 살지 못하기 때문 불평을 낳고, 불평은 또 다른 불평을 낳으며 30배 60배 100배로 늘어납니다.

활동해야만 경험하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습니다. 침묵해야만 들을 수 있는 하나님의 소리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소리를 듣기 원하면 삶의 소리를 줄이거나 제거해야 합니다. 이번 가을은 예수님처럼 습관적으로 한적한 곳에 머물며 생각도 줄이고, 관계도 줄이고, 미디어 소리도 줄이며 활동과 침묵의 균형을 잘 잡아서, 일상 중에 하나님 됨을 알아가는 축복의 계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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