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어머니

2026-10-11

가을이 되어서 그런지 요즘 밥 맛이 참 좋습니다. 하얀 쌀밥에 김치 하나 얹어 먹어도 맛있고, 김으로 싸서 먹어도 맛있고, 뜨거운 물을 말아 먹어도 참 맛있습니다. 물이 아주 뜨거워야 제 맛입니다. 한 그릇 이상 먹지 않으려고 절제하는데 먹고 싶은 데로 먹다 보면 두세 그릇은 금방 먹을 것 같은 식욕입니다.

밥 맛이 좋으니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납니다. 돌아가시지 전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도 뵐 때마다 밥 먹었는지 확인하셨습니다. 언젠가 미국 집회 떠나는 날도 먼 길 떠나니 병원 음식이라도 먹고 가라고 하실 정도로 밥에 집착하셨습니다. 어머니 살아 계실 때 이렇게 잘 먹었더라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죄송스럽기도 하고, “한국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한다”고 하실 때도 “맞아요”하고 한 그릇 더 먹었더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삽니다. 하루 세끼 제때에 밥을 잘 먹어야 힘이 납니다. 우리 영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영혼에도 제 때에 밥이 들어가야 하루를 살아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산다고 하셨습니다. 밥을 먹어야 밥심으로 살듯이, 말씀을 먹어야 말씀의 능력으로 살 수 있습니다.

배가 고프면 짜증이 늘고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몸에 필요한 양식이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몸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우리 영혼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혼이 굶주리면 작은 일에도 불평하고 쉽게 낙심합니다. 몸을 살리는 밥이 있듯이 영혼을 살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살듯이 그리스도인은 말씀으로 삽니다. 요즘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과 생명의 삶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말씀을 준비하고 전하는 일을 통해 제 영혼이 풍성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말씀을 인도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영의 양식을 공급하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저 자신이 영의 양식을 공급받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머니께서 “밥 먹었냐?” 물으실 때, 그 말씀은 늘 잔소리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새벽기도 시간에 어머니의 그 말씀이 “사랑한다”는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밥이 사랑이듯, 말씀은 우리를 살리는 하나님의 풍성한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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